런치모니터와 전문성의 상관관계
런치모니터(Launch monitor)는 현대 골프산업에서 가장 거대한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골프존으로 대표되는 스크린골프에서부터 트랙맨이나 GC쿼드 같은 분석 전문장비까지 여가생활, 레슨, 피팅, 연구개발 등 다양한 작동방식으로 산업 전반에 걸쳐 두루 사용되고 있다.
런치모니터 이전에 널리 사용되던 용어는 시뮬레이터(simulator) 였다. 두 단어가 쓰임은 비슷한 거 같지만 뉘앙스는 다르다. 런치모니터는 샷의 결과나 과정의 다양한 요소들을 수치화된 정보로써 제공한다면, 시뮬레이터는 실제 필드나 드라이빙 레인지와 유사한 화면 구성을 통해 샷의 결과나 과정들을 시각화된 정보로 제공한다. 따라서 시뮬레이터는 일종의 오락성 장비로, 런치모니터는 전문적인 장비로 여기는 뉘앙스가 있다. 이것은 어쩌면 필자가 골프업계 고인물(?)인 탓일 수도 있다.
지금은 트랙맨이나 GC쿼드로 대표되는 고가의 런치모니터들이 상용화되면서 일반 매장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지만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런치모니터는 유명 클럽회사들이 제품의 연구개발용으로 사용하는 초고가의 전문 장비였으며 그 시초는 방산업체인 플라이트스코프社 제품이다.
전문장비로써 수치화된 정보를 생성하던 런치모니터가 최근에는 다양한 금액대에 경쟁력 있는 제품들이 등장하면서 가정용 장비로 거듭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장비로는 런치모니터의 시초인 플라이트스코프가 출시한 미보플러스, GPS장비 전문기업인 가민의 R50, 타이거 우즈와 관련이 있는 풀스윙, 1세대 보급형 런치모니터 제조사인 스카이트랙의 스카이트랙 플러스 등이 있다. 이들 장비들은 트랙맨이나 GC쿼드에 비하면 가격은 상당히 저렴하지만, 성능을 살펴보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사실 전자제품의 보편화는 전세대가 경험한 익숙한 과정이다. 텔레비젼이 그랬고, 컴퓨터가 그랬고, 핸드폰이 그랬다. 전문 장비가 제품군이 되고 나면 시간이 지날수록 본질적 성능 차이는 크지 않다. 고가의 런치모니터 제조사들이 얘기하는 데이터의 정확성은 이제 설득력이 약하고 본질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런치모니터의 개념이나 본질은 결국 시뮬레이터와 같다. 아무리 고가의 런치모니터라고 해도 수치화된 디지털 정보는 실수의 연속(아날로그)인 현실을 완벽히 재현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은 가상의 묘사인 것이다. 묘사하는 방식이나 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일관성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런치모니터의 성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으로 볼 때 위에 나열한 주목할 만한 장비들은 레슨이나 피팅에서 활용하기 충분한 성능을 가지고 있고 시대에 맞춰 오락성도 겸비하고 있다.
기술이 비슷한 사람들 중에 독보적인 장비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결과물이 뛰어날 확률이 높지만, 비슷한 장비를 가진 사람들 중에 뛰어난 결과물은 결국 기술이 뛰어난 사람이 만들어 낸다. 그리고 기술이 아주 뛰어난 사람이라면 사실 장비와 상관없이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런치모니터가 보편화된 레슨이나 피팅 분야에서, 한때는 값비싼 특정 제품을 사용한다는 것이 전문성을 의미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가 되었다. 따라서 현실 골프에 대한 높은 이해, 자기 분야의 전문 지식, 대상에 대한 충분한 관심과 공감, 그리고 이 모두를 연결하여 이해하기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야말로 레슨과 피팅의 전문성을 결정짓는 불변의 기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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